배종헌: 불면제색 不眠霽色

전시 소개
이번 전시의 그림은 금색에서 시작합니다. 배종헌은 화면에 금색을 칠하고 짙은 청색을 덮은 뒤, 그 청색을 쓸어내거나 긁어냅니다. 산과 바위, 구름과 물은 그려서가 아니라 걷어 내면서 나타납니다.
두 색이 하는 일은 다릅니다. 청색은 밤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물의 익숙한 색을 지워 기억과 상상 쪽으로 데려갑니다. 금색은 닿을 수 없어 계속 동경하게 되는 이상의 세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 세계는 새로 그린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물감 아래에 있었습니다.
제목은 두 단어로 되어 있습니다. ‘제색(霽色)’은 비나 눈이 그친 뒤 맑게 갠 산천의 빛과 풍경을 말합니다. 작가는 2019년 《미장제색 美匠霽色》에서 이 말을 쓰며 콘크리트 벽과 건물 표면의 흔적에서 산과 계곡을 찾았습니다. ‘불면(不眠)’은 잠들지 못함을 뜻하고, 이번 전시는 그 시선을 모두가 잠든 시간으로 옮깁니다. 기억과 생각, 감각이 겹치는 시간입니다.
성곡미술관은 불면을 개인의 경험으로만 보지 않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곳을 형상이 나타날 때까지 지켜보는 태도로 읽습니다. 그러면 오늘의 산수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도 무엇을 그리느냐보다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작가 소개
배종헌은 1969년에 태어났습니다. 국내 언론은 글렌피딕 아티스트 레지던시 이후 2023년 대안공간 루프에서 연 개인전과 2024년 박동준 미술상 수상을 전합니다. 성곡미술관은 그가 2010년대 중후반 개념적 설치에서 회화로 옮겨 갔다고 설명합니다.
출처: Sungkok Art Museum: exhibition page · design.co.kr · Maeil Shinm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