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프롬프터

전시 소개
씨알콜렉티브는 전시장 벽을 이른바 ‘동양인의 살색’으로 칠했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질문이 시작됩니다. 중립으로 통해 온 이 색은 누구의 몸을 기준으로 삼았고, AI가 만드는 이미지 속 살색은 누구의 데이터를 따를까요?
세대도 매체도 다른 세 작가는 AI를 직접 쓰지 않고 이 물음에 응합니다. 작업마다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 나오는 세 번의 비극 가운데 하나를 가져옵니다.
오종의 〈Light Drawing (Reflection)〉 시리즈는 같은 모양의 빛을 일렬로 놓고 거울로 끝없이 되풀이합니다. 호프만의 거울 속 그림자를 빼앗는 줄리에타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작업입니다. 그 앞에 서면 내 모습이 옆에 선 낯선 사람의 모습과 겹칩니다.
강동훈은 노래하면 죽는 안토니아와 일제강점기 시인 이상을 나란히 놓습니다. 병으로 제약된 몸과 검열당하는 욕망이 둘의 공통점입니다. 이상의 시 「AU MAGASIN DE NOUVEAUTES」는 조각조각 나뉘어 현관과 엘리베이터, 계단, 옥상에서 눈에 띕니다. 렉처 퍼포먼스 〈十二月十二日: 처세술과 복화술〉은 원테이크로 실시간 촬영한 뒤 2채널 영상으로 다시 선보입니다. 직접 작곡한 〈Not Quite My Tempo!〉는 행진곡풍 비트에서 스윙 재즈로 급히 넘어가며, 나치 정권이 억압한 재즈를 불러냅니다. 오펜바흐의 작품도 그때 공연이 금지되었습니다.
신미경의 렌티큘러 작업 〈Dear Angel, Is It You?〉는 언뜻 AI가 만든 완벽한 아기 이미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리본돌의 이미지이고, 보는 위치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인형인 줄 알면서도 이름을 부르고 안아 주고 옷을 입힙니다. 작가는 그 애착을 들여다봅니다.
10주년을 맞은 씨알콜렉티브의 이번 기획전 중심에는 오인이 있습니다. 호프만이 사랑한 세 여인은 모두 환상이거나 잘못 본 대상이었고, 이는 AI 할루시네이션과 닮았습니다. 오늘의 프롬프터는 한 사람의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고, 기술적·사회적 조건 속에 흩어져 있습니다.

